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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무인카페 대신 선택한 '이것'

 

 

카페를 하고 싶었습니다.

 

커피를 워낙 좋아하고, 카페에 앉아 있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었지요. 아이들을 키워야 하고, 어딘가에 메어있긴 싫으니 무인카페가 좋겠다 싶었어요. 마침 집 앞 아파트 상가가 일 년 넘게 비워있던 터라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한참 비워져 있어 그런지 보증금과 월세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기계 및 인테리어 비용을 알아보았습니다. 브랜드보단 일반 기계로, 새것보단 중고로, 인테리어는 최소로, 꼭 필요한 에어컨과 난방기도 중고로. 최소한으로 아끼고 아낀다해도 이삼천은 들겠더라고요. '너무 비싼데?'란 생각과 함께 남편과 의논을 해보았습니다.

 

신랑은 고마운 답변을 해줬습니다.

"하고 싶은 건 해야지. 돈 걱정말고 하고 싶으면 해."

 

근데요.

신랑의 말을 듣고, 역설적이게도 전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진짜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었거든요. 돈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걱정에서 시작된 일이었지, 하고 싶어서, 원해서 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전에 소개했던 책 김민식PD님이 쓰신 "매일 아침 써봤니?"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었는데요.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냐면요.

 

나이 50에도 저의 진로 고민은 계속됩니다. 이제 곧 은퇴인데 퇴직하면 무엇을 할까? 이제 조금씩 밤샘 야외 촬영도 힘들어지더군요. 연출 감각도 예전만 못한 것 같고요. 뭘 해야 할까요? 은퇴 후의 창업을 검색해 보니, 돈이 너무 많이 들더군요. 카페 창업, 투자 이민 같은 정보가 많던데 밑천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돈 벌려고 돈 쓰는 건 싫어합니다. 한 푼 안 들이고 벌어야 진짜 남는 장사거든요. 돈 안 들고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없을까? 그러다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는 쓰는 것도, 보는 것도 다 공짜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돈 안 들이고 즐길 수 있는 취미지요.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니,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전업 작가의 꿈을 준비하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했어요. - ≪ 매일 아침 써봤니 ≫ 중에서 (김민식 저 / 위즈덤하우스)

 

 

10년 후의 저도 진로 고민을 계속하고 있겠지요. 그나마 다행인 건 책을 쓰신 50대의 PD님보다 10년이나 빠른 40대에 블로그를 시작할 수 있도록 좋은 책을 만난 거였어요. 그래서 과감히 무인카페 창업에 대한 생각을 접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원했던 건 글을 쓸 수 있는 작업실이었더라고요. '무인카페니깐 손님처럼 한쪽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써야지.' 했던 거죠. 하지만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나갈 때마다 신경 쓰여서 제대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어쩌면 집보다 더 불편하겠네. 란 생각이 들었어요.

 

결정적이었던 건 돈을 벌려고 돈 쓰는 건 싫어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도 남편이 땡볕에서 고생하며 벌어다 준 돈을 돈을 벌기 위해 쓰는 건 싫었어요. 미래를 위한 투자일 수 있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오늘도 새롭게 다짐했습니다. '다른 거에 한눈팔지 말고 공짜로 할 수 있는 글쓰기나 잘해보자.'라고요. 방문자도 늘지 않고, 구독자도 늘지 않지만 쓰다 보면 방법이 생길 거라 믿기로 했습니다. 일단 글을 쓰는 제가 너무 즐거워요. 책에선 내가 즐거운 일을 열심히 하면 돈은 따라온다는 내용도 있었어요.

퇴직 후 전업 작가를 꿈꾸며 작가가 돈을 얼마나, 어떻게 버는 걸까 궁금해서 찾은 모리 히로시가 쓴 ≪작가의 수지≫라는 책을 소개하는데요. 그는 1996년에 처음 소설을 쓰고, 그 이후 19년간 278권의 책을 내며 인세로만 약 155억 원을 법니다. 히로시는 판매 부수를 늘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작가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지요. 

 

그리고, 모리 히로시는 작가가 얼마를, 어떻게 버는지도 꼼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돈이 최우선은 아니지만, 돈이 벌리면 그 일을 계속하기가 훨씬 쉽다면서요. 그러면서 그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들려주는 궁극의 충고를 들려줍니다.

 

소설가가 되려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는 기존의 노하우에 미혹돼서는 안 된다. 여하튼 자기 작품을 쓰면 된다. 기법이야 아무렴 상관없다.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어쨌든 쓴다'라는 것이 중요하다. - ≪작가의 수지≫중에서 (모리 히로시 저 / 이규원 역 / 북스피어)

 

 

어쨌든 쓴다. 정말 좋은 충고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쓰면서 계속 쓰는 일이 훨씬 쉬워지게 하기 위해 글이 돈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어요. 일단은 어쨌든 계속 써야겠습니다. 앞으로도 파이팅입니다.